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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시분당구선거관리위원회'김주현' |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 합리적이고 배타적인 사고를 전제로 자신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인간관을 뜻하는 말이다.
반면 ‘상호적 인간’(homo reciprocan)이란 용어가 있다. 인간을 합리성과 비합리성을 함께 가진 존재로 보며 행위에 있어 상호 협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인간관을 말한다.
산업화 이래 꾸준히 발전해온 자본주의와 거대기업을 경제적 인간의 소산으로 본다면, 그 발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에 대한 방안으로 생겨난 협동조합은 경제적으로 약한 지위에 있는 소생산자 등이 서로 협력해 만든 조직으로 상호적 인간이 추구해 나아가는 한 방향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협동조합(Cooperative)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협동조합의 가장 큰 특징은 상호부조·호혜주의에 근본 가치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회사는 자사의 영리 극대화를 추구하며 투자자의 자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협동조합은 조합원이라는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로 구성원 간의 협력이 조합의 근간이고 상호이익이 조합의 목적이다.
또한, ‘1주 1표’ 의결권을 가지는 회사와 달리 협동조합은 출자액에 관계없이 ‘1인 1표’라는 민주적 표결 제도를 지니고 있다. 조합구성원은 출자금의 높고 낮음에 그들이 가진 표의 가치가 매겨지지 않고 평등한 권리를 누린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협동조합인 농협·수협 등의 정관을 살펴보면 그 목적을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 제고, 정보 제공 및 조합원의 지위 향상”으로 하고 있으며 1인 1표의 권리 등을 규정하여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협동조합의 의미는 단순히 이익만을 추구하는 집단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평등한 구성원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민주적 공동체”의 함의임을 알 수 있다.
오는 2015년 3월 11일은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일이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위탁관리하에 농협, 수협, 산립조합 등이 같은 날 조합장을 선출하는 것이다.
2014년 6월 제정된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효율적이고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 처음으로 같은 날에 치러지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경제·사회 공동체인 협동조합에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조합장선거는 선거인의 경제적 이익과 직결된 조합의 특성과 공직선거와 달리 조합원들에게만 선거권이 주어지는 폐쇄적 성격으로 선거에 대한 관심도와 투표율이 높은 반면, 선거인 매수의 기대이익 또한 상당한 수준이기에 ‘돈 선거’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 지난 10년간 치러진 조합장선거 위반행위를 볼 때 위반 건수가 1,400여건에 달하고 그 중 40%가 금품 및 음식물 제공 등 선거법상 기부행위였으며 이는 국회의원선거 등 공직선거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아마도 조합장으로 당선될 경우 가질 수 있는 많은 권한(유통·금융·투자 등 넓은 범위의 조합사업과 연관된)과 한정된 선거인이라는 선거환경이 ‘오당삼락(五當三落)’식의 금권선거를 발생하게 한 까닭일 것이며, 선거 때마다 반복된 ‘돈 선거’가 후보자와 선거인 모두에게 관습처럼 여겨져 왔을 것이다.
금권선거의 부당함은 사회정의에 있어 마치 이론의 여지가 없는 도덕률(道德律)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국민의 대표자를 뽑는 공직선거도 아닌 조합의 장을 뽑는 선거에서, 서로서로 건너건너 아는 사람들끼리 치르는 선거에서 그깟 ‘돈’ 좀 쓰면 어떻고 또 받으면 어떤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자. ‘평등한 구성원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민주적 공동체’라는 조합의 참뜻을 말이다.
조합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후보자의 능력과 비전의 뛰어남이 아닌 그가 베푼 ‘돈’의 많고 적음 또는 제공 유무에 판단 기준을 정한다면 그 조합은 평등한 곳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금권선거로 당선된 자는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본연의 임무 수행보다는 지대추구(rent seeking)에 매진할 우려가 커질 것이며, 자칫 조합이 이권투쟁의 장 또는 정치적 도구 등으로 변질될 수 있어 상호 부조의 원칙에 기반을 둔 조합의 본래 취지는 퇴색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돈 선거’의 폐해는 단순히 선거의 결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비리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로써 한 공동체의 공정한 기강과 공동체 내·외부의 신뢰성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으며, 나아가 구성원들을 도덕적 회의(moral skepticism)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이젠 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의 인식이 바뀌어야 할 때다. 돈봉투, 선물, 식사가 더 이상 선거철 의례적인 인사치레가 아니다. 공직선거와 마찬가지로 조합장 선거에 있어서도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품 등을 제공한 사람을 처벌함은 물론 제공받은 사람 또한 적발 시 그 가액의 최고 50배에 달하는 과태료에 처해질 것이다. 다만, 제공받은 것을 자수할 경우 과태료를 면제받을 수 있으므로 양심에 따른 판단을 하면 된다.
우리의 협동조합은 지난 수십 년간 시민 가정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왔고 지역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해왔다. 그 존재의 중요성만큼 이제는 협동조합의 근본정신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을 실천하여 근래 새로이 생겨나는 여러 협동조합에게 귀감이 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015년 3월 11일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공명한 조합선거의 기틀을 다지는 시금석이 되고 우리 사회의 곳곳에 공정성과 민주성이라는 가치가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