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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02/08 16:47  이종수
한국판 엘 시스테마를 꿈꾸는 사람들
청소년 문제, 음악으로 해답을 찾는 청소년오케스트라 지휘자들을 만나다

음악이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을까?

총을 들고 거리를 떠돌던 아이가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어 콘서트에 참여하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고단한 삶을 술과 마약에 기대어 견뎌내던 사내가 아들의 연주를 듣기 위해 클래식 공연장을 찾는 일이 가능할까? 이런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 35년간 30만 명의 삶에서 매일같이 일어났다. 너무도 잘 알려진 베네수엘라의 경제학자이자 음악가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가 만든 엘 시스테마의 이야기이다. 지난 35년간 음악으로 30만 명의 삶을 변화시킨 이 꿈 같은 이야기.

먼 곳에서만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청소년들의 마음을 음악으로 어루만지며 길을 걸어온 이들이 있다. 이들을 만나 여태까지의 길, 그리고 앞으로 갈 길에 대해 들어보았다.

◆좌측부터 김정기 지휘자(동대문구립청소년오케스트라), 지광윤 지휘자(한국청소년오케스트라연합회장), 탁계석 평론가(한국예술비평가회장), 오미주 단장(분당청소년오케스트라), 서정남 지휘자(서울시립수서청소년오케스트라, 강남청소년오케스트라)

탁계석(한국예술비평가회장): 오늘 이렇게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음악의 여러 활동 가운데에서도 청소년 오케스트라라고 하는 장르가 오래전부터 있어는 왔지만 크게 사회적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청소년 오케스트라 하는 사람들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 지켜오고 뿌리를 키우며 지켜왔는데 이제 새롭게 청소년오케스트라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으니, 어떻게 보면 청소년오케스트라의 새로운 출발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전환점을 통해서 청소년오케스트라가 한 단계 육성되고 양적으로도 확산되는 기회가 왔으면 합니다. 평론가인 저도 청소년 오케스트라까지 관심을 갖지는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청소년 오케스트라도 관심 가지고 육성시켜야겠다는 생각에서 이러한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각자 그동안의 활동에 대해서나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을 좀 들려주실까요.

지광윤(한국청소년오케스트라 연합회장): 청소년지휘자 연합회를 같이 구성하고 서로 교류를 통해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방향 을 모색하고 연구하고 공유하며,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기회를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도 사실 청소년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잘 몰랐습니다. 저와는 다른 세상인 줄 알았는데 하고보니 이런 보람 있는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부에서도 최근에 엘 시스테마의 영향으로 하나의 정책으로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문제는 우리나라의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현장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문제 등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서정남(서울시립수서청소년오케스트라, 강남청소년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저 같은 경우는 처음에 아이들 바이올린 가르치다가 성장하면 다음 단계를 열어줘야 하는데 길이 없더라고요. 아이들은 성장하는데 그 뒤가 연결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성장한 애들을 모아서 조그마한 앙상블부터 시작했어요. 십이 년 전쯤이니 아직은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대해 잘 모를 때였어요. 교육적 차원에서 알려주고 싶어서, 아이들은 부족하지만 선생님들 불러 모아서 학교에서 교육을 시작해보았어요.

그런데 그 학교 교장선생님이 국악을 참 좋아하셔서 즐거운 축제 분위기에서 하게 되었고요. 아이들, 선생님, 학부형님들 다 좋아해서 살을 붙여서 발전시켜간 거죠.

아이들이 사춘기에 우울증도 많이 오고 그러거든요. 아이들이 해소가 잘 안 돼요. 그래서 아이들 영혼 세계를 치유해주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음악하다가 아이들 생각이 부드러워지면서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하더라고요. 교육 차원에서 중심을 두고 있었고. 아이들을 다 한명씩 한명씩 품어주는 그런 장을 만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애들이 심적으로 많이 치료받고 점점 아이들이 모여지기 시작했어요.

지광윤: 저는 서정남 선생님이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하고 있는 거는 오래전부터 알았는데 저와는 별개 영역이었다가 2년 전에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대해 자세히 알 기회가 생겼어요.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알게 된 것이 정말 감사한 일이었어요.

사실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것이 아이들을 음악가로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음악은 영혼의 교육이고 감성의 교육이에요. 아이들이 오케스트라에서 화합을 배우고, 자기 스스로 무엇을 해야겠다는 인내를 배우고, 자기와의 싸움을 배우죠.

저는 청소년 오케스트라 지휘자 분야를 선배로서 도와주고 있는데 세 단체를 직접 이끌어가면서 실질적인 지휘 부분을 도우면서 하는데 가치 있는 일을 알게 되어서 무척 고무적입니다. 그리고 후에 지휘자 연합회도 결성하게 되고 했어요.

◆한국청소년 오케스트라 연합회 2011 정기연주회

김정기(동대문구립청소년오케스트라 지휘자): 저도 처음에는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학교 졸업 후에 학교에 나갔는데, 93년도부터 정식교과목으로 전교생의 1/3은 바이올린을, 1/3은 미술을 하게 했어요. 그런데 아이들 바이올린을 지도하면서, 바이올린만 배우는 게 너무 지루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학교 말고 큰 무대 없을까 하다가 한 청소년단체에 들어가게 되고, 그 뒤 부지휘자 역할을 하다가 주니어 오케스트라를 창단해서 활동했는데 그곳이 종교단체다보니 곡에 제한이 많아요.

그래서 그 오케스트라를 그만두고 2004년도에 동대문청소년오케스트라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34명으로 시작했다가,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동대문 지역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왔어요. 아이들이 공부도 잘하고 나름대로 좋은 연주를 하다 보니 주위에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죠.

탁계석: 처음부터 구립은 아니었었죠?

김정기: 네, 사실 처음 만들 때부터 구청의 협조를 구했어요. 청소년들이 밖에서 사고 치는 학생도 많고 한데, 장소를 지원해주고 만들어준다 하면 좋은 청소년 사업이 되지 않겠느냐 하고요. 그런데 구청에서는 이런 지역에서 클래식 음악 되지 않을 텐데 왜 시작하느냐고 해요. 그래서 장소만이라도 빌려서 시작하자 해서 처음에는 사비로 돈을 내서 체육관을 빌려서 연습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창단 6개월 만에 첫 공연을 하게 되었어요. 동대문 구민회관을 빌려서 했는데 그곳이 모두 680석이었는데, 첫 공연에서 좌석이 다 찼어요. 청소년이고 클래식인데, 사람들이 모두 놀랐죠. 그때부터 장소도 빌려주고 관심을 갖게 되어, 2009년도 경 구립화가 되게 되었어요.

탁계석: 빨리 구립으로 성장한 것 같습니다. 모두들 기쁘게 사명감을 가지고 하시는 것 같은데, 이렇게 하시다보면 굉장한 보람을 느끼실 것 같아요.

김정기: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때는 노인정 같은데서 연주하면 정에 굶주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굉장히 감동을 하는 거예요. 그때 뿌듯함을 많이 느끼죠.

그리고 2008년도에 32명의 학생을 데리고 독일에 갔었어요. 사실 외국 가서 연주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죠. 전체 단원 80명 중 32명만 데리고 가서 외국인과 섞여서 연주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죠. 그런데, 연주가 끝나고 나니 현지 언론에서도 한국인의 위상을높였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무료 공연인데도 관객들이 나가면서 모금함에 돈을 넣고 가서 모금액 전체를 유니세프에 기부하기도 했는데, 그때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자신감이었던 것 같아요.

2010년도에도 다시 로마에 가서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주한 이태리 대사 사모님이 휴가차 이태리에 왔다가 공연을 보고 나서는 한국 청소년들이 이렇게 훌륭하게 연주할 줄은 몰랐다 하셨고요, 로마 청소년오케스트라 관계자도 와서 자기 오케스트라보다 한국 청소년이 잘한다고 칭찬을 하고 갔어요. 그때는 정말 뿌듯함을 많이 느꼈어요.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한 학생이 쓴 편지

탁계석: 지금 얘기 들어보면 현장에서는 엄청난 변화와 감동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이렇게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이제는 각자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들을 한번 얘기해보기로 할까요.

서정남: 어떤 구청에서 운영하는 상설무대가 있는데 처음에 공연을 하겠다고 신청했을 때 청소년이라고 무시를 하는 거예요. 애들이 무슨 연주를 하겠느냐는 거죠. 자존심이 상해서 연습을 굉장히 많이 시켜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런데 공연 당일 보니, 좌석보다 네 배 넘은 인원이 왔어요. 아이들 오케스트라가 소문이 나다보니 그렇게 된 거였어요.

어른들 공연은 학교에서 잘 안 가려하고, 아이들도 자기들 눈높이에서 볼 수 있는 음악회가 필요한 거죠. 그런데, 아이들 정신세계의 흐름을 어른들이 잘 몰랐던 거죠. 구청 관계자들이 좌석보다 4배가 많은 인원이 와서 돌아가는 모습을 보더니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어요. 처음에는 그런 인식의 문제로 애를 많이 먹은 것 같아요.

지광윤: 저는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어요. 일단 우리 청소년들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대학입시죠. 그래서 뭐 좀 할 만하면 이제 공부해야 한다는 얘기들을 해요. 사실, 이제 공부해야 되거든요 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요. 엄마들이 생각하는 이제 공부해야겠다가 우리 청소년들을 잡고 있는 거죠. 그런데 얼마 전에 기사에서 보니 대학입시에 1인 1기기 적용되는 대학이 생긴다는데 무척이나 고무적인 일이에요.

요즘에는 많이 변했다고는 생각을 하는데, 우리 민족 고유로 아이들을 생각하는 부분이 부족한 것 같아요. 이에 비해 러시아에서는 아이들을 굉장히 귀하게 여겨요. 한 예로, 물건을 사러 가도 아이들 손을 잡고 있으면 우선순위를 줄 정도죠. 왜냐하면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이고, 우리 민족의 아이라는 인식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요즘 들어서야 청소년복지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미주(분당청소년오케스트라 단장): 전반적인 사회 흐름이 대입공부로 가다보니, 중학교 2학년만 되도 애들이 외고 준비니 뭐다 해서, 오케스트라를 그만둔다고 하는데 참 안타깝죠.

탁계석: 오케스트라 활동이 학생들 공부하는 데 오히려 활력소가 되지 않나요?

오미주: 사실 가끔 학생들에게 물어봐요. 오케스트라 오면 무슨 점이 좋으냐고요. 그러면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푼다고 해요. 스트레스 풀기 위해 오케스트라에 와서 연주를 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얘기하죠. 너희가 스트레스도 풀고 좋으면 평상시에 공부 열심히 해라. 사실 어머니들이 그런 얘기 많이 하시는데, 성적 떨어지면 오케스트라 못 다닌다고 하고, 숙제 안 하면 오케스트라 못 간다고 하면 아이들이 숙제를 한답니다.

서정남: 제가 지도한 아이들의 경우를 몇 명 보자면요. 오케스트라 활동이 너무 재미있고, 음악이 좋아서 목표를 이루었는데, 목표를 달성한 아이들에게는 다른 것까지 할 수 있는 힘이 길러져서 그 후에 행정고시를 공부하기도 하고, 법대 쪽으로 진학한 아이도 있고, 이도저도, 아무것도 못하던 아이인데 잘 성장해서 진학한 아이들이 있어요. 그런 경우 부모님들도 너무 좋아하시죠. 음악을 통해 자신의 꿈이 자란 거죠.

오미주:
사실, 십대 때의 인간의 능력은 어마어마하죠. 그런데 이 에너지가 항상 있는 것은 아니에요. 십대 때는 무한한 에너지가 있고, 아이들이 변하는 속도, 습득력은 경이로울 정도이죠. 이런 시기에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서 좋은 경험을 하게 되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큰 밑바탕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정기: 오케스트라 단원 중에 자폐아가 있었어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서로 근처에도 안 가려하고 그랬는데, 오케스트라 연습을 하다보니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어요. 그게 엄청난 변화지요.

서정남: 요즘 아이들의 언어 폭력 문제가 심각하찮아요. 그런데 제가 용인의 어느 학교에서 오케스트라를 맡고 있는데 이 학교 교장선생님 뜻이 좋아요. 그런 영향인지 아이들이 욕을 안 해요. 이 학교 교장 선생님은 악기도 다 갖춰주시고, 아이들을 우뇌를 개발해주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시죠. 그러다보니 아이들 수준이 자연히 높아져 욕하고 그런 것을 스스로 하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탁계석: 이러한 사례들이 정리되고, 많이 알려져서 요즘 심각해져가는 학교 폭력이나 청소년 문제에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자리가 마련되었고요. 여러분들의 역할이 참 큰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지광윤: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전적으로 관에서 돕는다거나 그런 오케스트라는 없고 자생적 민간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주류를 이루고 있죠. 그런데 우리와 같은 청소년 오케스트라 지휘자들이 모여서 협회를 조직한 거는 정보도 공유하고 악보 연구도 하고 그런 취지도 있지만 더 나은 활동을 위해 서로 힘을 모으자는 취지가 더 크지요.

일단 오케스트라에 들어오려면 악기는 사야 하고 회비는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수많은 악기를 배워보고 싶은 아이들, 안목이 필요한 다문화가정 아이들, 탈북자 가정 아이들에도 음악적 혜택이 미쳐야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 괜찮은 아이들만 와서는 안 되는 거죠. 수많은 아이들을 껴안으려면 힘을 모아야 하는 거죠.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진정한 가치를, 뿌리내리려면 서로의 결집된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탁계석: 오늘 참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누었는데 현장에서 더욱 열심히 노력들해 주시고 평론가인 저로서도 오늘의 청소년 문제에 음악의 역할과 중요성을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데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볼까 합니다. 모두 비약적인 발전이 있기를 바라며 긴 시간 토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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