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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강사 김정환
(로고스 논술구술학원, 명문대 팀장) |
수험생들에게는 시기상조겠지만(사실은 모를 일이다), 곧 대학에 진학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성친구를 만났다고 하자. 마음에 쏙 드는데 연애경험이 별로 없어 어떻게 마음을 얻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성친구의 마음을 얻는 법’이란 책을 구해 열심히 읽었다고 하자.
그걸로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아마도 어느 정도는, 하지만 그런 ‘공부’가 결정타는 아닐 것이다. 만나면서 생기는 수많은 상황에 책이 모든 답을 내려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남자친구가 다쳤을 때 마음을 얻는 법’을 읽었다 하더라도, ‘딱히 다친 건 아니지만 고통이 큰 경우’엔 어쩔 것인가?
진짜 성공의 비결은 다른 데 있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해 보라. 그렇게 되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자신의 진심을 다해 전하게 됨으로써 상대방을 감동시킬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건 기교나 기법을 배워서가 아닌 것이다.
논술도 마찬가지다. 논술은 채점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려 한다는 점에서 연애와 비슷하다. 감정이 아니라 논리로 어필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굳이 또 다른 점이 있다면 논술은 일방적인 짝사랑이다. 채점자는 냉정한데 수험생은 그의 눈에 들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계에서 채점자의 마음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기본을 잘 갖추는 건 당연하다. 논제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제시문을 꼼꼼히 활용해야 한다. 인간으로서의 기본 소양 및 정돈된 차림새가 연애의 기본인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것으로는 뭔가 부족한 듯하기에, 학생들은 논술학원에 오거나 과외를 하거나 첨삭을 받으면서 매무새를 다듬는다. 연애로 따지면 마음을 얻는 법에 대한 책을 열심히 읽는 셈이다.
그러나 앞서 연애 초심자의 경우처럼, 이러한 노력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공부’를 하더라도 논술의 모든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다 배울 수는 없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채점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면서, 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 보여주겠다는 결심이 더 중요하다. 이런 마음이 있다면 답안이 엉성하거나 논리적 비약이 있을 수 없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학생들의 답안에서는 제시문 (가)에 대한 언급이 한 번도 없다가, 갑자기 ‘(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이는 타당하지 않다’는 식의 문장이 나온다. 대체 (가)가 무슨 내용이기에? 읽는 사람으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고치기 위해서 ‘근거 제시문의 내용은 답안에 꼭 써야 한다’, ‘논리 전개는 치밀해야 한다’ 등등 여러 가지의 조언이 가능하겠지만, 더 중요한 건 ‘진심으로 채점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먹는 것이다. 정말 그런 마음의 자세를 갖췄다면, 본인이 답안을 쓰다가도 위와 같은 문장이 나올 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내가 사랑하는 채점자가 지금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나의 진심이 그에게 전해지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 때에 밤새 연애편지의 문구를 지우고 다듬듯, (가)의 입장을 제시하고, 논증을 보완하게 될 것이다. 말하자면 ‘마음’이 ‘머리’의 빈틈을 메우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일은 연애나 논술이나 대개 비슷하다. 진심과 진심은 통하고, 사람은 진심을 알아보게 마련이다. 얕은 잔재주가 곧 바닥을 드러내는 건 연애나 논술이나 똑같다. 그러고 보면 논술을 잘 하는 학생은, 연애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여러모로 논술을 배운다는 건 의미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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