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정환 (로고스 논술구술학원) |
지난 칼럼에서 ‘논제의 요구에 맞는 제시문 활용’을 설명하기 위해 일본의 명작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언급했다.
초밥대회에 출전했는데 준비된 재료로 엉뚱한 요리를 만들면 안 되듯이, 논술의 제시문도 항상 논제의 요구에 맞게 써먹어야 하는 것이다.
초밥요리 대회의 상황을 한 번 더 가정해 보자. 예전에 초밥 재료로 엉뚱한 요리(예컨대 해물탕)를 만들어 탈락했던 선수가 이번에는 심기일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시합에 임했다.
그래서 준비된 생선을 아주 정성껏 씻어 접시에 올리고, 초밥용 밥을 그릇에 예쁘게 담아서, 고추냉이 한 옴큼을 곁에 얹어 ‘초밥’이라며 출품했다. 과연 그 결과는? 말 할 것도 없이, 또 ‘땡’이다.
이번에 그가 탈락한 이유는, ‘초밥’이라는 목표는 의식했으나 그 재료를 ‘가공’해서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선이 싱싱하다 해도 살을 잘 발라내어 고추냉이를 얹은 밥 한 술 위에 꽉 쥐어 내지 않는다면 그냥 ‘부뚜막의 소금’일 뿐이다.
용도에 맞게 재료를 가공하고 조합해 내야만 ‘부가가치’가 생겨서 ‘초밥’이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논술에서 ‘가공하지 않은’ 제시문 활용의 가장 빈번한 사례는 제시문 일부를 답안에 그대로 옮겨 적는 일이다. 논술은 출제자의 질문에 답하는 ‘시험’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런데 제시문의 문장을 옮겨 적는다면 이건 ‘편집’이지 ‘답안’이라고 할 수가 없다.
제시문을 편집해서 제대로 된 답안을 만들어 낼 리 없는 건 답안에 ‘부가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시문은 반드시 ‘가공’되어야 한다. 즉 논제가 준 ‘용도’에 맞게끔 이해되고 해석되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못한다’는 제시문 (가)를 주면서, 이를 근거로 어떤 훌륭한 사람이 적령기를 넘도록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제시문 (나)의 현상을 설명하라고 하자.
언뜻 보면 (가)는 생태계를 설명하는 글이고 (나)는 한 인간의 쓸쓸한(?) 현실을 보여주는 글일 뿐이다. 그런데 논제를 통해 (가)의 ‘용도’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는 (나)를 설명하기 위한 ‘설명의 근거’라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가)는 그와같은 용도에 맞게 ‘가공’되어야 비로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지나치게 좋은 것은 아니 좋은 것만 못하다’는 의미로 해석한다면, 이제 (나)의 상황을 설명하는 ‘근거’로 써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는 독자 여러분이 스스로 생각해 보기 바란다.
많은 학생들이 제시문 활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한다.
일단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용도를 고려해서 가공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게 잘 안 된다고 하면, 한 가지 팁을 드릴 수 있다. 학교에서 ‘흥부와 놀부’책을 읽었다고 하자. 이 얘기를 집에 와서 동생에게 전해준다고 할 때, 그 책을 달달 외워서 그대로 전달하는 건 아닐 터이다.
흥부, 놀부, 제비, 박씨 등의 중요한 단어들(즉 키워드들)은 그대로 쓰겠지만 줄거리를 전할 때는 때로는 더 재미있게, 때로는 더 긴박하게 자유자재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제시문을 가공해서 활용한다는 것도 그와 똑같은 느낌이라 여기면 된다. 채점자도 ‘수험생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논술강사 김정환
現 로고스 연고대, 명문대 논술구술 강사
-경력
前 아발론학원 전국모의고사 출제 및 해설위원
前 대치 청운학원 논술 전문강사
前 기룬학원 논술 전임강사
※성남FM방송 "논술특강"출연
-학력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동 대학원 졸업(국제정치학 석사)
☞로고스 논술구술 학원☜(바로가기)
http://www.fmnara.com/news/18800
관련기사
